아끼던 놈을 떠나 보내면 마음이 참 착찹합니다.
그리고 왜 아끼던 놈은 또 그렇게 일찍들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2월, 일산의 '세라마연구소'에서 세라마 한쌍을 데려 왔었지요.(윗사진)
연구소의 이은원 소장님이 직장선배라고 대접해서 한쌍을 선물해 주셨던 것인데...
잘 지켜내지 못해서 마음이 언짢습니다.
그동안 일년내내 잘 커주더니... 자손도 남기지 않은채 그만 하직을 하고 말았네요.
기상관측이래 제일 추웠다는 영하 14도의 아침이었습니다.
마실 물이 얼어 있을터이니 갈아주어야 겠다고 닭장문을 열어보니 녀석이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주사를 한대 놓아주고 집안에 다시 들여 놓았습니다.
체온을 높혀주어야겠다 싶어 다시 닭장문을 열었습니다.
녀석이 고개를 떨군채 바닥에 엎드려 있습니다.
주사를 맞고서 바로 죽은듯 싶습니다.
살리려고 놓아준 주사가 녀석을 그만 보내버리고 말았나 봅니다.
왜 갔을까?
날씨가 춥다고 물갈아주고 모이 넣어주고 녀석과 눈도 맞추지 않은채 곧장 따뜻한 집안으로 도망치듯 되돌아 왔던 날들이 그동안 이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녀석을 죽게 한 것이나 아닐가 싶습니다.
개체수를 줄이면서 남은 놈들 잘 돌봐주겠다고 작정했으면서도.. 춥다는 핑계로 또 소홀했던 겁니다.
아끼던 녀석들 보내고 늦장 후회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또 똑같은 후회를 거듭 합니다.
지난해 2월, 이번에 떠난 숫놈과 검은색 깃털의 암놈, 그렇게 한쌍을 데려왔었지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도 검은 깃털의 암놈, 알을 낳던 놈이라고 했었는데 웬일인지 알을 낳지를 않습니다.
할수없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수원의 섬강님댁 농장에서 중병아리 암놈 한마리를 더 데려왔습니다.
(검은색 암놈은 개체수를 줄인다며 여러마리 닭들을 전주로 내려 보내면서 함께 묻어 내려 갔구요.)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새식구 암놈이 알을 낳기 시작을 했습니다만.... 부화는 내년 봄에나 시키자며 겨울을 보내고 있었는데....
덜컥 그 녀석, 숫놈이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씨도 남겨놓지 못한채로...
암놈 혼자 외롭게 남았습니다.
죽어있는 숫놈을 집어내는데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던 이 녀석, 암놈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밟힙니다.
무섭기도 하면서 쓸쓸해도 보였던 녀석의 시선,
죽은 지아비를 보내는 에미나이의 표정같아 마음이 참 언짢았습니다.
닭들과 오래 하다보니 녀석들의 표정까지도 눈에 읽히는 모양입니다.
혼자 남은 이 녀석 암놈, 숫놈은 갔는데도 또 알 한개를 낳아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 제 고향집(수원 섬강님댁 농장)으로 다시 돌려 보내야 하지 않을려는지요?
고향집에는 함께 세상에 나온 동배친구들이 여럿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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