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녀석이 평생 살집, 대전의 동서네 식구들이 지어보낸 이름 입니다.
미국에 가있는 조카내외가 자기네들이 이름을 짖겠다고 우겼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족모두의 뜨거운 환영속에, 가서도 사랑듬뿍 받고 살겠다 싶습니다.
'시바'라는 이름 자체가 잔디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다는 데서 연유했다고
'잔디'가 좋겠다는 미국발 제언이었다구요
그리고 보니.동해 '한솔농원'콘크리트개집에서 데려 와서 케이지문을 열고 맨처음 내려 놓은 곳이 시골집 잔디밭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밟은 땅이 바로 잔디밭이었군요.
쪼그만 녀석에게 '잔디'라는 이름이 무척이나 어우리는 듯 싶습니다.
시골집, 송이재에 며칠 머물다가 이곳, 백루헌으로 옮겨 왔습니다.
며칠동안 송이재 뒷베란다에서 목숨껏 울어대더니 이곳 백루헌에 와서는 조용합니다.
목청껏 울어댔으니 이제 목이 아픈 것일까요?
계속 울어댈 것에 대비해서 뒷마당 창고안에 며칠동안 갖쳐 지냈는데
다행히 조용히 살았습니다.
창고문을 열고 바깥세상 구경을 시켜주었습니다.
겁쟁이 입니다.
좋게 표현해 조심성이 많은 거겠지요.
창고문을 열어 주었는데도 밖에 네발 모두를 내어놓는데 걸린 시간이 십분은 훨씬 더 걸린듯 싶습니다.
한발 내놓고 들여 놓고 두발 내놓더니 도로 거두어 들이고
이곳저곳 탐색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옵니다.
바깥맛으로 나오더니...
나와보니 좋았는지...
창고속에 다시 드려놓고 문을 닫으면 목청높게 울어 댑니다.
문을 열어달라는 거지요.
낮에는 내어 놓았다가 저녘이면 들여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