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白樓軒백루헌閑談

상사화

by 鄭山 2012. 8. 19.

 

 

 

몇년전에, 시골집 윗마당가에 '상사화(相思花)' 한그루가 꽃을 피웠드랬습니다.

누가 심어준 것도 아닌데 저 혼자서 피었습니다.

다음해에는 또 아래쪽으로 여러 포기가 소담하게 꽃을 피웠드랬구요.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 살이 풀입니다.

 

 

 

이름도 애뜻하고 꽃 또한 측은해서 재작년에 이곳 집에도 옮겨다 심어 놓았었지요.

어쩐 일인지 작년에는 꽃을 피워주지 않아 섭섭했었습니다.

그런데...올해에는 기대도 안했는데 이렇게 꽃을 피웠습니다.

재작년에 심어 놓았던  개집앞 바로 그 자리 입니다. 

 

(작년에 꽃을 피우지 않아) 이제는 그 자리에서 더이상 '상사화'는 볼수없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년 봄에는 그 자리에 '달맞이꽃'을 잔뜩 심어 놓았었지요.

그런데 금년에는, 그 달맞이꽃 입새들 사이를  비집고 한줄기가 솟아 올라서  힘겹게 꽃을 피웠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외로운 녀석이 더 외로워 보입니다.

 

 

그런데...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곳에 또 한무더기 '상사화'들이 피어 있습니다.

개집을 가운데하고 담넘어에 여러포기 '상사화'가 무더기로 꽃을 피워 놓고 있습니다.

우리집 강아지들이 앞발 집고  넘겨다 보는 자리 바로 그 아랫쪽 풀섭에

(녀석들 보라고 피었는지) 에쁘게들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시 누가 심어주지 않았는데도....

 

 

 

 

 

 

 

'상사화(相思花)'

이름을 생각해보면서 이꽃을 다시 보면 왠지 더 서글퍼만 보입니다.

 

옛날, 천국에 사이좋은 두 남매가 살았답니다.

이들 남매는 자주  바닷가를 거닐며 달을 보고 놀기도 했답니다.

그날도 달을 처다보며 바다가를 거닐다가 누나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다가 않돼서 그만 누나를 덥석 안았답니다.

그때부터 남매는 사랑을 느꼈답니다.

매일 달밤의 바닷가 돌위에 올라 앉아 포옹을 했답니다.

엄마는 이들을 떼어 놓으려 했고

하느님은 이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켜 인간세계로 내려 보냈다네요.

누나는 상사화의 꽃이 되었고 동생은 상사화의 잎이 되었답니다.

남매는 뛸뜻이 기뻤답니다. 

한몸으로 같이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둘의 사랑은 비극이었답니다. 항상 누나가 필때는 동생은 지기때문이었지요.

이른 봄, 연녹색의 동생잎이 피어나서 오지않는 누나꽃을 기다리다가  6월 햇살에 그리움 안고 말라 죽으면

누나꽃은 동생이 그리워 8월에 꽃대를 헤집고 피어나건만

동생잎은 이미 말라죽어 흔적조차 없다지요.

잎이 진 다음에야 꽃은 피어나고 꽃이 진 다음에야 잎이 피어나는

엇갈린 운명의 꽃과 잎의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일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슬프다고 했더니

이건 아예 평생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더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상사화는 꽃도 큰 데다가 잎도 없는 상태에서 피어 나다보니 더욱 단아해 보입니다.

'白樓軒백루헌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꽃 몇포기  (0) 2012.08.26
2012.8월의 뜰악  (0) 2012.08.24
7월의 뜰악  (0) 2012.07.28
오색채송화(카멜레온)의 개화  (0) 2012.07.27
엔젤 트럼펫의 개화  (0) 201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