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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栮齋송이재閑談

산수유

by 鄭山 2011. 11. 9.

 

 

 

이 맘때쯤이면 시골집, 송이재 뜰악에는 산수유가 빨갛게 열매를 맺습니다.

꽃처럼 예쁘게 열매를 맺습니다.

족히 4,50년을 충분하게 자랐겠다 싶은 거목에 빨간색 열매들이 꽃처럼 핍니다.

 

어느 TV광고처럼 '남자에게 참 좋은데...'

좋다는줄 알면서도 저대로 맺혀 있다가는 제 풀에 떨어져 나무밑을 붉게 합니다.

따서 씨빼고 말리고... 수확과정이 무척 번거럽습니다.

 

 

여기, '산수유'를 건강식품으로만  처다보는 저속함을 나무래는

어느 시인의 글이 있어 옮깁니다.

 

산수유나무

                          이선영

(.....)

그의 이름은 산수유나무라고만 했다.

11월의 마지막 남은 가을이었다.

산수유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이를테면 천년전에도

내가 그 나무에  내 영혼의 한 번뜩임을 걸어두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되풀이될 산수유나무와 나의 조우이라는 것을

영혼의 흔들림을 억누른 채 그저 묵묵히 지나치게 돼 있는

산수유나무와 나의 정해진 거리이라는 것을

 

산수유나무를 두고 왔다 아니 산수유나무를 뿌리채 담아들고 왔다.

그 후로 나는 산수유나무의 여자가 되었다.

 

다음 생애도 나는 감탄하며 그의 앞을 지나치리라.

 

 

11월의 마지막 남은 가을을 머금었다는 산수유나무를 처다보면서

시인은 자신이 '산수유의 여인'이 되었다고 했군요.

그리고, 다음 생애까지 그리는 생명예찬이 함께 했구요.

나도 거목으로 자란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가지고 있어서 가슴 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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