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니 윗칸에 에미 두마리가 모두 밥그릇위에 올라서있는게 보입니다.
뒷쪽이 숫놈입니다.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숫놈이 먹이통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새끼를 품어주고 있지않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가깝게 닥아서보니 숫놈의 앉은 자세가 영 불안합니다.
철딱서니 암놈이야 그렇다치고
육추를 도맡아하는 숫놈이 목둘레 깃털속에 머리를 묻고있는게 예감이 좋지않습니다.
문을 열고 알집을 들여다보니 ...
저런, 새끼들이 죽어있습니다.
땅바닥이 추울까바 알집에 건초를 잔뜩 넣어 들여 놓아 주었는데...
에미, 애비가 품어서 보온을 해주었을 터인데...
어젯밤, 영하3도로 내려간다고 예보를 하더니... 그 추위를 이겨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키우던 녀석이 죽으면 마음이 아픔니다.
추울까봐 걱정이 되어 알집에 건초까지 넣어주고 했으면
그때 생각을 더해서 아예 에미랑 애비 새끼들 모두 지하실로 옮겨놓아 주었어야 했을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무리 밖에서 사는 비둘기라도 영하의 추위속 육추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며칠전 까투리가 죽어서 묻어준 그 옆 자리에 땅을 파고 묻어줍니다.
추워서 죽은게 아닌가싶어 낙엽을 이불삼아 덮어줍니다.
죽은 다음에 이불울 덮어주면 무얼합니까?
또다른 실수는 없어야한다는 다짐으로 미안함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