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이제 그만 신고 새구두 한켤레 사라고 성화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오는 날 신으면 물이 들어 옵니다.
몇번 구두수선소에서 뒷창이랑 갈아서 신었는데도 말이죠.
"알았어! 한 켤레 새로 사자.
큰애 결혼식때 샀던 건데 아까워서 어떻게 버리지?"
옆에 서있던 큰애가 말합니다.
"그럼 아빠, 그 구두 15년이나 신었던 말이야?
그럼 내가 한켤레 사드릴께..."
큰애가 결혼한지 15년이나 되었다네요.
그럼, 참, 오래도 신기는 신었읍니다.
물론, 이 한켤레만 줄곧 신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구두들도 교대로 신기는 했었지만요.
그렇더라도, 이 녀석, 참 오래 신기는 했읍니다.
고맙네요.
15년동안이나 가볍지도 않은 나를 받쳐 주느라 얼마나 수고했겠나 싶군요.
더 오래 신어보겠다고 뒷창을 바꾸어 달면서 못질까지 여러차레 해댔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뜨셨을때,
고인댁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오래된 구식 텔레비젼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시고 계시드라면서
헌구두 몇켤레가 떠난이의 절약정신을 돋보이게 하더라고들 썼던 기억이 나는데....
그분은 그렇게 절약해서 재벌이라도 되셨지만, 나는 구두 15년씩 신고 무엇을 남겼는가...
남긴건 없어도, 그래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던 것만은 틀림없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15년된 내 이 구두, 퇴역식을 성대히 치루어 주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둘째애 결혼식때 사서 신었던 구두도 오래도록 아껴 신어야 되겠구요.
'렌즈속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이프 지게 (0) | 2008.08.09 |
---|---|
이렇게 변했네요. (0) | 2008.07.23 |
홍릉(洪陵)의 벗나무 (0) | 2008.07.02 |
부모님 묘소 (0) | 2007.09.23 |
[스크랩] 잡초, 해충 퇴치법(펌) (0) | 2007.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