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뒷뜰 실개천가에 5년전 개나리 두나무를 심어 놓았었지요.
그런데 이 녀석들이 언젠가부터 겨울이 되면 이처럼 꽃을 피웁니다.
올해는 여늬 해보다 더 일찍 꽃을 피웠습니다.
입동이 지났으니 음력 절기로는 초겨울(양력절기로는 아직 늦가을,11월 26일현재)인데
이렇게 꽃을 피웠습니다.
초겨울에 만나는 개나리, 색다른 느낌입니다.
개나리가 한창인 봄꽃에 비해 작고 힘이 없어 보이지만
역경을 딛고 꽃을 피운듯 싶어 기특하고 애처럽기까지 합니다.
개나리는 10월이 되면 휴면기에 든다고 하지요.
휴면중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꽃눈의 저온처리가 끝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저렇게 꽃을 피우기도 한답니다.
이 개나리녀석들, 지금이 늦가을인지 겨울인지 봄인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제딴에는 휴면이 끝났다고 보고 개화를 했을 터인데... 깨어보니 봄도 아니고...
지금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을까요?
마치 새벽녘에 잠을 깨서 수면부족으로 피로해하는 우리네 처럼요.
식물들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여름내내 어렵게 만들었던 잎새들을 모두 떨어트려 버리고
에너지소비를 최소화 해서 생명을 유지하며 겨울을 버텨나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겨울까지도 계속 꽃을 피우고 나무가 성장하는 것을 중지시키고
휴면기에 들게하는 체내 물질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물질이 '낙엽산(압시스산 abscisic acid)' 이라는 일종의 호르몬 이랍니다.
이 호르몬은 휴면중의 종자, 나무눈, 알뿌리등에 많이 들어 있어서
추운 겨울, 어린 꽃눈이 꽃을 피워 얼어죽는 것을 방지해 주다가 겨울이 끝나면서 모두 없어지고 꽃을 피게 해준답니다.
그러니까, 개나리의 경우 이 '낙엽산'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봄에 일찍 꽃을 피우는 거라구요.
그런데... 시골집 뒷뜰 개울가의 이 녀석들은 양지바른 곳에 심겨저 있다보니 깜박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지요?
그럼, 이 녀석, 지금 꽃을 피웠으니까 봄이 오면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답니다.
착각해서 꽃피운 꽃눈들이 전부가 아니고 일부여서 겨울울 이겨낸 나머지 꽃눈들이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 지금 저처럼 꽃을 피우고 있는 이 녀석, 매년 봄이면 언제 겨울에 꽃눈을 티었었느냐 싶게
노란색 꽃들을 화사하게 피웠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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