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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위령의 날

by 鄭山 2012. 11. 2.

 

 

 

오늘은 카톨릭이 정한 '위령의 날'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해 드리는 날이지요.

오전 10시 위령의 날 미사에 참석했다가

아버님의 기일이 오는 9일이기도 해서 마석 모란공원에 모신 어머님과 아버님 묘소를 찾았습니다.

자주 찾아뵙는 산소이기는 해도

'위령의 날' 미사를 마치고 곧장 찾아 뵈어서 그런가 여늬때의 방문과는 또다른 감회에 젖습니다.

살아생전에는 잘해드리지도 못했던 녀석이 돌아들 가신뒤에 부지런히 찾아오면 뭘하나 싶어 죄송했습니다.

왠일인지 오늘은, 돌아가신 부모님은 물론 돌아가신 친척어른들...그리고 먼저 간 친구들까지 ...

한참을 앉아서 기억에 떠올리며 침울해 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는 날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며칠전 친구들과의 모임(경오회)에서 아직도 부모님 모시고 사는 녀석들은 복받은 녀석들이라며

고아된 자신들을 탓하면서 어릴적 친구집에 들렸을때의 어머님모습들을 회상했었는데...

오늘따라, 주변을 다시 또한번 돌아보게 되는군요.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 이곳에 모셔저들 있습니다.

묘지앞에는 모두 묘비가 하나씩 세워저 있습니다.

문득 임옥당님의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라는 시(詩)가 떠오릅니다.

 

"무덤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 들었다.

살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 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 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

 

마음을 세속에 묶지 말고 자유롭게 살도록 놓아 주자는 얘기겠지요?

하루하루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 간다면 죽음 또한 두렵지 않다는 말이겠구요.

삶의 끝을 연상하니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 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얘기겠지요?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기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마음을 비우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참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날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젊게 살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나이, 마음의 나이가 관건 이겠지요.

육신이 젊고 건강해도 마음이 이미 늙어 버렸다면 그건 남은 여생 희망없는 삶 이겠습니다.

육신의 나이에 얽매이지 말고 청년같은 마음으로 매사에 열정적이라면

그 인생은 더욱 더 풍요롭고 즐거울 터입니다.

청년의 정신으로 사는 것 이야말로 젋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싶은 거지요.

모두 알고 있는 얘기가 오늘따라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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