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을 했습니다.
사파리 한개와 모자 한개 입니다.
사파리는 19년 된 옷이고 모자는 6년 되었습니다.
염색과정에서 주변을 더렵힐지도 모르겠다 싶어 시골집마당으로 가져가 물들이고 삶았습니다.
사파리는 19년전 내가 제주방송국으로 발령이 나서 내려 갔다가 현지 날씨가 쌀쌀해서 급하게 사입었던 옷이고
그후 겨울이 오면 내내 즐겨 입고 다니던 옷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너무 오래 입어 퇴색을 했습니다.
진한 검은색 겉감천이 햇볕에 발해서 검은회색 옷으로 바뀌었습니다.
집사람은 '고구마장수옷'이라고 빈정대며 버리라고 독촉이 심했던 옷이었지요.
모자는 청계천 신평화시장 모자가게에서 샀었던 것같고 원래는 고동색갈 모자였는데 이것도 햇볕에 발해 희뿌연 색갈로 변해 있었습니다.
옷을 염색하면서 함께 물감속에 집어 넣었지요.
아까운 것들을 왜 버리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입고 쓰고 다니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염색을 했습니다.
훌륭한(?) 새옷, 새모자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염색을 해서 옷을 입느냐고 하겠지만 옛날 생각이 납니다.
5,60년대 우리는 옷을 염색해서 입었고 '우라까이(일본말')라고 해서 옷을 뒤집어 다시 재봉해서 입었었지요.
오래되어 퇴색하고 헐었다고 해서 버리지 않고 다시 재생해서 입었습니다.
물자가 흔치않던 어려운 시절 얘기였습니다.
5,60년대, 학생이었고 집안의 막내였던 나는 당연히 형들이 물려준 옷들을 염색하고 뒤집어 입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당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도 풍성한 시대이고 그렇다보니 낭비가 엄청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막상 염색을 하려니 그 옛날 집주변에서 그렇게도 흔하게 팔던 염료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묻고 물어 을지로 5가까지 찾아 갔더니 그곳에 염료 파는 곳이 두세곳 있었습니다.
색상별로 병에 넣어서 파는데 5.000원 이라구요.
친절하게 염색방법까지 기록된 설명문이 있어서 순서대로 따라서 했습니다.
70도에서 80도 정도로 20분 정도 삶아 주라고 했는데 불에 올려놓고 깜박 잊어 팔팔 끓이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탈수기를 돌려 물을 빼고 그늘에 말렸더니 겉감이 쪼글쪼글 구김살이 많습니다.
집사람에게 다려 달라고 했더니 버리라니까 구지 고생 사서 한다며 스팀다리미로 다려 줍니다
멀쩡해 젔습니다.
새 옷처럼 다시 입을수있겠다 싶어 혼자 빙긋 웃었습니다.
"별짓 다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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