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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栮齋송이재閑談

양은냄비탑

by 鄭山 2013. 7. 5.

 

"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서예공부를 하던 처제가 연습지위에 써놓았던 귀절이었습니다.

글씨체가 재미있고 내용이 좋다싶어 가져다가 목판에 먹지로 옮겨 글씨를 새겼드랬지요.

목판은 쓰다버린 식당용 도마 였구요.

식당에서 버린다기에 훗날 쓸모 있겠다 싶어 얻어다 놓았던 목판이었습니다.

오래전 얘기입니다.

 

집마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놓았었는데

역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망가저 마당구석에 버려저 있던것을 찾아다가 먼지를 털고 손을 봤습니다.

페파(Sand paper)로 밀고 오일스테인을 칠하고 글씨에 페인트를 올렸습니다.

이 녀석도 다시 살려 걸어놓고 보아야겠다 싶어서지요.

그런데...어떻게 세워놓는게 좋을가? 머리를 굴립니다.

 

 

나무로 만들어 받침대로 활용을 했더니 세월을 못견디고 모두 썩어 버렸지요.

이번에는 썩지않는 쇠붙이로 받침대를 준비해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야외용 철탁자에서 분해해 놓았던 철제다리가 보입니다.

너무 낮아서 키를 높혀줄 뭐가 없을까 찾았더니 공사용 전선틀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전선틀위에 철다리를 올려놓고보니 맞춘 것처럼 규격이 딱 맞습니다.

오래전 진도개를 키우면서 물통과 밥통으로 사용하던 양은 냄비가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찾아다 놓았습니다.

양은냄비 여러개를 거꾸로 쌓아올리면 탑이 되겠다 싶은데 냅비 두개로는 부족하고 하나가 더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찾아 보았더니 "구하면 얻을 것이요"였습니다.

동네 밤나무밑에 녹슬어 굴러다니는 냄비를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양은냄비 3개를 거꾸로 겹쳐놓아 탑을 쌓고 그 밑으로 철제다리와 전선틀을 받치면 적당한 높이의 목판 받침틀이 되겠다 싶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을듯 싶구요.

일단 조립해 보았습니다.

그런대로 물건이 될듯 싶습니다.

그런데, 모두 녹이 쓸어 지저분해 보이는것이 흠입니다.

녹슨 부분들을 뻬파(Sand paper)로 빡빡밀고

철물점에 들려 나무색갈 스프레이페인트를 한통 사다가 뿌렸습니다.

 

 

 

 

시골철물점이라 찾는 물건이 자주 없습니다.

진밤색 스프레이페인트를 찾았으나 재고가 없고 비슷한 나무색갈이 있다기에 가져다 분사를 시켰더니 색상이 너무 밝은듯 싶습니다.

뭐 그걸로 먹고살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 그대로 건조시킨후 예의 목판을 걸어 봅니다.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는 어부인의 평가 입니다.

  그렇다면 놓아둘 곳으로 어느곳이 적당할까? 궁리를 합니다.

집사람이 예의 '敬天愛人' 목판 곁이 허전하니 그곳이 좋겠다고 합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러자고 하고 위치를 잡아 다시 조립을 했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와서 보시고는 맨위쪽 양은냄비가 옛날 자기가 쓰다가 버린 양은냄비 같다시며

버린 물건도 다시 쓸데가 있다고 웃으십니다.

그것이 할머니가 쓰시던 냄비가 확실하다면 고물값을 처드려야 겠다고 했더니

전에 염소를 키우면서 물통으로 썼다는군요.

양쪽에 구멍을 뚫고 철사줄을 묶어 늘어뜨려 철망에 걸어 놓았었다구요.

밤나무밑에서 주어온 그 양은냄비의 주인이 바로 옆집 할머니였던 모양입니다.

5일장날 읍내시장에 나갔다가 11개를 하나로 묶어 세일하는 아이스케키가 있어 냉장고에 넣어놓고 하나씩 드시라고 했더니

농담도 못하겠다며 환하게 반기십니다.

그리고 얼마후 현관문밖에 감자 한보따리가 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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