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으로 심어놓은 사철나무를 정리하다가 말벌들의 날개짓 소리에 긴장을 했습니다.
재작년에 처마밑으로 지나는 전화줄을 고정시키다가 말벌에 얼굴을 쏘여
퉁퉁 부운채 병원을 다니며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작업을 중단하고 밤을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쉽게 보아오던 말법집과는 좀 다를게 생겼습니다.
육각형 모양의 아기방들이 외부로 서로 연결되어 노출된 벌집들이 대부분인데 이 놈들의 집은 드나드느 문만 있습니다.
작년에도 처마밑의 두 말법집을 에프킬러로 잡았는데 올해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생포계획을 세웠습니다.
두손의 자유를 확보하기위해 광부용 렌턴을 준비했습니다.
입구를 순간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실리콘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벌집채 따서 봉투에 담으려고 비닐봉지와 전정가위를 준비했습니다.
한밤중이 되었습니다 .
안경낀 눈만 나기고 복면을 했습니다.
렌턴을 이마에 부첬습니다.
긴팔옷을 입었습니다.
용접용가죽 작업장갑을 끼었다가 손동작이 무딜것 같아 목장갑으로 바꿔 끼었습니다.
벌집에 접근해서 렌턴을 키자 몇마리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아무일 없자 구멍안으로 다시 되돌아 들어갑니다.
이때다싶어 실리콘 건을 쏘아서 벌집입구를 막았습니다.
벌집안에서 말벌들의 요란한 날개소리들이 들립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벌집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지를 자르려고
오른손에 정전가위를 들고 왼손으로 나무가지를 들췄습니다.
목장갑을 낀 왼손 중지가 따끔합니다.
그것이 실수엿습니다.
렌턴을 키자 밖으로 나왔던 놈들은 내곽 경비병들이었고
또다른 외과경비병이 있어서 집밖 나무가지에 숨어 보초를 서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엉겹결에 손을 뽑으면서 벌집이 땅에 떨어지고 벌집이 부서지면서 말벌들이 �구쳐 오릅니다.
에프킬러를 마구 쏟아 부었습니다.
뱀에 물렸을때 끈으로 발목을 묶고 입으로 독을 빼내라고 했던가요?
쏘인 자리에 입을 대고 마꾸 독을 빨아 침을 배텄습니다.
애초대로 가죽 작업장갑을 끼고 했을 걸...후회를 합니다.
늦은 밤시간이어서 약국도 병원도 문을 닫았을 터였지요.
집사람이 벌에 쏘였을때 가지를 잘라 붙이면 좋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듯 하다며
낮에 따다가 냉장고에 넣아 두었던 가지를 저며 동여 묶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목장갑이라도 끼고 있어서 벌침이 깊이까지는 침투 못했겠지..자위해 봅니다.
아침이 되자 손가락이 조금 부어 있었습니다.
얼굴에 쏘여 퉁퉁 부었던 재작년에 비하면 이건 양반이지요.
의사선생님이 "재작년에도 벌에 쏘여 오셨는데 또 벌이네요." 하며 웃습니다.
해독제 주사 한방 맞고 이틀치 약먹고 괜찮습니다.
말벌들의 철저한 야간 경비태세를 얏본게 잘못입니다.
몸에 좋다며 어줍잖게 작전계획을 세운게 불찰입니다.
이 녀석이 작지만 무서운 그놈들중 한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