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재'로 오르는 왼쪽 길목에 재작년 부터인가 부터 '상사화' 한 그루가 피어났습니다.
누가 심어준 것도 아닌데 저 혼자서 피었습니다.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 살이 풀이지요.
봄철에 잎이 나오고 여름이 오면 꽃줄기가 나오는데 그 끝에 여러개 꽃송이를 피웁니다.
꽃이 필때면 잎은 이미 말라버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를 못합니다.
잎따로 꽃따로 입니다.
그래서 '상사화(相思花)'라 했다구요.
그 상사화가
금년에는 아래로 500m정도 떨어저서 '명춘초당' 꽃밭에도 새롭게 싹을 티웠습니다.
역시 누구도 옮겨심지 않았고 씨앗을 뿌려준 이도 없는데
소리없이 이곳까지 내려와서는 더 탐스럽게 꽃을 피웠습니다.
윗쪽 '송이재'의 상사화는 한 줄기인데
이 녀석들은 네줄기나 됩니다.
그렇다보니 꽃도 많이 피웠고 화사하기도 합니다.
다년생이니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이곳에서 꽃을 피워 주겠지요?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을 알고서 이꽃을 다시 보면 왠지 더 슬퍼만 보입니다.
옛날, 천국에 사이좋은 두 남매가 살았답니다.
이들 남매는 자주 바닷가를 거닐며 달을 보고 놀기도 했답니다.
그날도 달을 처다보며 바다가를 거닐다가 누나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다가 않돼서 그만 누나를 덥석 안았답니다.
그때부터 남매는 사랑을 느꼈답니다.
매일 달밤의 바닷가 돌위에 올라 앉아 포옹을 했답니다.
엄마는 이들을 떼어 놓으려 했고
하느님은 이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켜 인간세계로 내려 보냈다네요.
누나는 상사화의 꽃이 되었고 동생은 상사화의 잎이 되었답니다.
남매는 뛸뜻이 기뻤답니다. 한몸으로 같이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둘의 사랑은 비극이었답니다. 항상 누나가 필때는 동생은 지기때문이었지요.
이른 봄, 연녹색의 동생잎이 피어나서 오지않는 누나꽃을 기다리다가 6월 햇살에 그리움 안고
말라 죽으면 누나꽃은 동생이 그리워 8월에 꽃대를 헤집고 피어나건만
동생잎은 이미 말라죽어 흔적조차 없다지요.
잎이 진 다음에야 꽃은 피어나고 꽃이 진 다음에야 잎이 피어나는
엇갈린 운명의 꽃과 잎의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일년에 한번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슬프다고 했더니
이건 아예 평생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더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상사화는 꽃도 큰 데다가 잎도 없는 상태에서 피어 나다보니 더욱 단정하고 단아해 보입니다.
그리고, 전설을 이해하고 이해준(李海俊)님의 시(詩)를 읽으면 더욱 애절해 보이구요.
<사랑의 연정>
詩/李海俊
무슨 말을 하오리까
어쩐 말이 필요하리
세상 말 다 보태도
표현할수 없다는 걸
진즉에 알았습니다.
기다림에 시들고
그리움에 지쳐가도
당신이 아님 아니될
굳은 지조가 전부 인것을....
열녀비 대신하여
혈닮은 붉은 꽃잎
팔월 햇살 머무는 곳
비탈길에 뿌려 품은
저 떠난뒤 오시거든
이 몸 흔적 맡으시라고
임 오신 길목에
고이두고 가옵니다.
고이 두고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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