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인가 석류나무 묘목을 세그루 사다 심었습니다.
시골집 송이재 앞밭 길섭과 아랫집 명춘초당 마당가에 심었습니다.
송이재쪽에 큰 놈으로 한 그루, 명춘초당쪽에 작은 놈으로 두그루를 심었었지요.
석류열매가 여자피부에 좋다나해서 심었던 기억인데...
워낙 작은 묘목들이어서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매년 조그맣게 한두개씩 열매를 맺는듯도 싶기는 했었는데.. 워낙 신통치 않아서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얘기가 다름니다.
제법 많은 석류열매가 이나무 저나무에 탐스럽게 매달려 있습니다.
심어놓으면 자라나는게 나무라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작은 묘목을 주어들고 "이게...어느 세월에 커?" 하며 흔히들 도로 내려놓고 마는데...
아닙니다.... 심어놓고 잊고 있으면 그게 어느사이엔가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금년에는 한 소쿠리 가득 결실을 얻게 생겼습니다.
월북 시조시인 조운(曺雲,1900-?)이 남긴 '석류(石榴)'가 생각 납니다.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