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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새둥지

by 鄭山 2014. 2. 17.

 

 

 

안방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커다란 새둥지상자가 한개 보입니다.

여러해전에 만들어 세워놓았는데 무늬만 새둥지일뿐 그냥 장승처럼 퇴색한채 서있기만 합니다.

새둥지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정원용 소품으로 만들어 세워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기왕에 만들어 세워놓았으니, 어느 새라도 깃들어 새끼도 부화하고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박새녀석이 몇번 기웃거리다가 갔을뿐 어느 녀석도 깃들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마당 이곳저곳에서 능소화줄기가 새끼를 처서 그가운데  몇줄기를 파서 옮겨 심어 놓았더니

여름철이면 능소화 줄기가 신이 나서 타고 오릅니다.

 

 

사람집 주변에서 가깝게 둥지를 틀곤하는 녀석들을 보면 박새나 곤줄박이, 딱새같은 작은 녀석들인데

그 녀석들이 깃들어 짝짓고 새끼치기에는 이 둥지상자의 출입구가 너무 큼니다.

처음부터 정원소품으로 크게 만들었고 그 크기에 맞추어 구멍도 크게 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박새나 곤줄박이, 딱새같은 작은 녀석들에게는 지름 3.5cm정도가 제격인데

이 상자의 출입구는 지름이 무려 10cm나 됩니다.

 

 

그런데, 며칠전, 또 박새녀석이 구멍입구에 올라앉아 상자안을 들여다  보고는 뽀르릉 날아가 버립니다.

가만있자..그러면...금년봄에는 녀석들이 둥지를 틀 환경을 한번 만들어 주어볼까?

구멍입구를 작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작은 판자를 오려 지름 3.5cm로 구멍을 뚤은후 큰 구멍앞에 덧대어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낡고 오래된 상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붕에서 비도 샐것 같고 좀 어설퍼 보입니다.

아예 작은 새둥지 하나를 더 만들어 옆에다 붙여주면 어떨가 싶습니다.

폐자재들을 챙겨다가 작은 상자 하나를 뚝딱해 봅니다.

 

 

혹시나 깃들어 알낳고 새끼를 처준다면 열고 사진이나 한컷 찍을수 있도록 앞쪽에 문을 만들고 경첩을 달았습니다.

폐자재로 만들다 보니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않습니다.

새들이 자연친화적인 목재 그대로를 좋아할듯도 싶지만 폐자재 자체가 방수페인트로 이미 칠해저 있었고

또 상자 자체가 너무 지저분해 보여 야외용 방수페인트 '오일스테인'으로 덧칠을 했습니다.

 

 

그리고, 창문앞 살구나무에 매달았습니다.

짚앞을 오고가는 박새녀석들이 이 나무 가지위에서 가끔 쉬어가곤 하는게 목격되곤 했었지요.

 

 

결과적으로 큰 둥지상자와 작은 둥지상자가 나란하게 매달렸습니다.

이제는 안방 창너머로 두개의 둥지상자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두 상자 모두에 새들이 깃들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욕심일터이고

어느 한 곳이라도 녀석들에게 선택되어주면 좋겠는데....

글쎄요...그건 전적으로 녀석들의 소관이겠지요?

그냥, 봄이 무르익기를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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