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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문주란

by 鄭山 2015. 6. 29.

 

 

 

 

우리집 거실의 '문주란(文珠蘭)'이 꽃을 피웠습니다.

그냥 꽃을 피운것이 아니라 15년만에, 그것도 '처음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15년전에 남미로 이주해간 이웃집이 남겨주시고 떠나간 선물이었는데

그후, 여러곳 이사를 다니면서도 줄기차게 함께 해온 몇않되는 화분들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기인 세월, 그렇게 조용하기만 하던 녀석이 어쩐 일로 금년에는 이렇게 꽃을 피워주는지...반갑고 기쁨니다.

꽃이름하면 쉽게 잊곤하는데... 저음가수 '문주란'과 이름이 같아서인지

 잊지않고 쉽게 기억되는 놈입니다. 

 

 

 

 

지난달 6월24일 아침이었습니다.

물조리개로 거실 화분에  물을 주던 집사람이 이상한 괴성을 지릅니다.

"어머, 저게 뭐야?"였던 것 같습니다.

여러개 화분으로 가려진 벽쪽화분에서 길죽한 것이 올라와 창쪽을 향해 삐쭉 머리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곂처진 잎새들을 제치고 확인해 보니

'문주란'이 길게 꽃대를 올려 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 기인 세월동안, 한번도 꽃이라는 것을 피워본 적이 없던 놈이라 반가움이 그만 놀라움이 되었던 게지요.

 

 

 

앞쪽 화분들을 밀어놓고 뒤쪽에 숨겨저있던  문주란화분을 앞으로 끌어 내어 놓았습니다.

삐쭉이 올린 꽃대, 길기도 합니다.

뒤쪽에 숨겨저 있으면서도 꽃을 피우려니 햇볕쪽으로 기를쓰고 비집고 올라왔던 모양입니다.

줄자를 들고와서 재어보니..무려 85cm

그동안 몰라봐준게 미안했습니다.

 

 

 

 

 

원래는 긴 꽃대위로 꽃봉오리가 하나였는데

그 꽃봉오리(포엽)가 터지더니 그 안에서 무수하게 작고 많은 낱꽃봉오리들이 날자터울을 두고 터지고 펼처집니다.

제각기 하얀색 꽃잎들을 우산대처럼 펼칩니다.

 

 

그 개별 하얀꽃들의 펼처짐, 재미있습니다.

자세하게 관찰해보니, 6장의 꽃덮이조각이 열리면서 우산대처럼 위에서 아래쪽으로 향해 펴지고

그 가운데에,  윗부분이 자주색인 수술이 6개,  끈처럼 길게 튀어나온 암술이 한개씩 보입니다.

가까이 하니 향기 또한 강하고 좋습니다.

 

 

 

관련자료를 찾아보니,

꽃은 7-8월경에 피고

열매는 9-10월경에 길이와 지름이 각각 2cm정도로 둥글게 달리는데 회백색이라고 되어있군요.

거실에서 함께 자라며 지난봄에 활짝꽃을 피웠던 '군자란'이 '란(蘭)'이 아니고 수선화과에 속한다고 했는데

이 녀석 '문주란(文珠蘭)도,  '란(蘭)'자로 끝난다고 '란(蘭)'과가 아니고 역시 수선화과에 속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온난한 해안가 모래땅에서 자라는데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에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답니다.

6.25전쟁 혼란했던 시기에 많이 캐내져 황폐화 되었던 것을 한 독지가의 노력으로 복원이 되었고

돌담들이 둘러쳐진 가운데 요즘은 동네청년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구요. 천연기념물 19호

꽃말: 청순함, 청초함

 

 

-----전설----

"제주도에서 토끼섬을 바라다보는 땅에 6살박이 어린아이가 살았답니다.

할머니가 물질을 하러간 사이에 돌아오는 할머나를 기다립니다.

할머니는 물질해서 손자와 살고 손자는 할머니를 기다리며 살았다구요.

그런데, 그 손자는 할머니가 천년만년 살거라 믿었답니다.

어느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지요.

할머니의 혼백은, 손자를 놓고 떠나기 어려워 머뭇거리는 사이에

발에서는 뿌리가 나고 겨드랑이에서는 잎이 솟았답니다.

그후, 토기섬에는 이름 모를 하얀꽃들이 피어 났는데, 할머니의 혼백, '문주란' 이었답니다."

 

 

10여일동안 열심히 피어 있더니 이제 끝물인 모양입니다.

먼저 피었던 꽃잎들은 시들기 시작하게

피어오르던 꽃봉오리들도 펴짐을 멈추었습니다.

1개의 꽃대가 열리면서 그안에 21개의 낱개 꽃봉오리들이 들어있었는데

개화13일만인 오늘 19개의 낱개 꽃봉오리가 열려 꽃잎들을 펼첬고

아직 2개의 꽃봉오리가 개화직전입니다.

그리고, 가장자리따라 먼저 열렸던 꽃봉이들은 시들은 꽃잎들을 떨구고 있습니다.

 

 

 

개화기간이 길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15만년에 꽃을 피워준 녀석들의 향기, 진했습니다.

15년만에라도  꽃을 피워주었으니 고맙고,

이제 꽃피는법 터득했을터이니

내년부터는, 때되면 꽃피는 '문주란'이 되어주기를 바라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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