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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능소화'가...

by 鄭山 2015. 6. 26.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집 뒷마당에는 능소화가 예쁘게 피웁니다.

다시 찾아주지않는 임금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세상을 떴다는 궁녀 '소화'의 전설이 애틋해 

그 황홍색 꽃이 더욱 애처롭게 보이는 꽃입니다.

옛날에는 양반집에서만 키워젔다해서 '양반꽃'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다구요.

 

 

 

 

며칠전에 사진을 몇장 찍어 놓았드랬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만개한듯 싶지않아 며칠더 기다려 다시 직기로 했습니다.

좀더  많은 꽃을 피우면 사진을 다시 찍어 화사한 '능소화의 잔치'로 기록을 남겨야지...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너머로 보이는 능소화꽃들이 이상합니다.

꽃들이 무수하게 땅바닥에 떨어저 있고

잎새들이 모두 땅쪽으로 처저있고

꽃들도 모두 축 늘어저 매달려 있습니다.

 

 

어젯밤 내린 빗물을 머금고 잎새들이 무거워저서 저처럼 아랫쪽으로 처저있는게 아닌가 싶었고

장대로 받쳐 다시 곧게 세워주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긴 장대로 가지들을 밀어 올렸습니다.

머금었던 물방울들이 쏟아저 온통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밀어 올려지지가 않습니다. 

무겁기가 천근입니다.

사다리를 가져와 받쳐놓고 오르니...저런... 능소화나무를 받치고 있던 기본줄기가 부려저 있습니다.

빗물을 머금고 무거워저 있는데거기다 세찬 강풍까지 밀어부치니 녀석이 견뎌내지를 못했던 모양입니다.

 

 

 

 

부러진 가지와 땅바닥에 떨어진 꽃잎들... 간밤의 세찬비와 모진 바람을 원망케 합니다.

늘어저 매달려 있으면서도 물기머금고 활짝 피어있는 꽃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저 흩어져 있는 꽃잎들.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부러진 부위를 곧게 세우고 부목을 대고 노끈으로라도 묶어주면 다시 곧게 세워줄수 있겠지 싶어

온몸이 물범벅이 되면서 밀어올리고 붙잡아주며 오랜시간 끙끙댔습니다.

아무래도 않되겠습니다.

포기할수밖에 없겠습니다.

빗물을 머금은 가지들이 서로 영켜있고 얼마나 무거운지 도저히 세워지지를 않습니다.

곧추 세우다 보면 그나마 붙어있는 줄기마저 통채 부러지고 말겠습니다.

 

....여름 내내 꽃을 피워 뒷마당 하나 가득 화사함을 더해줄 놈들인데...

저처럼 중간기둥이 부러지고 말았으니

그나마 매달려 있는 꽃들도 아무래도 오래 가지 못하겠지요?

아깝습니다.

어쩔수없는 일이지요.

 

불어지고 찢기운 줄기와 잎새와 꽃들,

아주 가기전에 몇장이라도 더 찍어놓아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꽃들이 모두 시들면

불어진 줄기를 자르고 가지를 정리해서

내년을 위한 새로운 체형으로 바꿔주어여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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