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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능소화가 피었습니다.

by 鄭山 2016. 6. 17.



뒷마당의 '능소화'도 꽃을 피웠습니다.

작년 장마통에 꽃가지들이 비를 머금고 무거워 찢어져 내린 소동가지 벌렸던 바로 그 능소화 나무였는데

올해도 변치않고 잎을 키우고 또 꽃을 피웠습니다.

변치않고 또 꽃을 피웠다고 표현을 했는데....말도 않되는 표현입니다.

당연히 6월이면 때맞춰 꽃을 피우는게 녀석의 일생인데

뭐, 새삼스러운 일인듯 올해도 또 꽃을 피웠다고 표현을 했군요.

그저 반가워 나온 표현이니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렵니다.

언제보아도 능소화는 우아하고 곱습니다.






우리집에는 앞마당 대문쪽으로 작은 능소화 나무가 한 그루 있고

뒷마당에 두그루가 있습니다.

그러니가, 모두 세그루가 이맘때면 꽃을 활짝 피웁니다.

사진속의 능소화는 뒷마당 두 그루 가운데 좀 큰놈인데  크다 보니 꽃도 많이 핍니다.


뒷마당의 능소화 두 그루는 오래전부터 우리네 이웃들과 함께 해오던 전통적인 우리네 능소화이고

앞마당의 능소화는 종류가 조금 다름니다.

미국 수입종이라고 합니다.

화원에서 해를 달리해 넝쿨을 사다 식재를 했는데 키워놓고 보니 꽃모양이 조금은 다름니다. 

색갈이 좀 칙칙하고 꽃크기도 좀 작고 전체적으로 꽃을 움추린 모양새입니다.

나는 중국 원산의 원종 우리네 능소화가 더 좋습니다.



마당에 의자를 놓고 능소화꽃을 보고 앉아 있노라면 유명을 달리한 치석형이 생각납니다.

어느해인가 55홈피에 오늘과 같은 제목으로 "능소화가 피었습니다"라는 아이템을 올렸더니

치석형이 연이어 사진들을 곁들인 답글을 올려 놓았었지요.

지금은 수용되어 아파트단지가 되어버린 이일규회장의 동탄 별장집에서

아주머님이 마련해주신 음식을 즐기며 친구들과 어울렸던 기억이 새롭다고 했습니다.

그 집 마당에 큰 능소화나무가 한그루가 있었고 유난히도 아름다운 꽃을 피웠었다구요.

사진들을 곁들여 주신 치석형의 그 때의 그 추억담이 능소화에 오버랩되면서... 치석형이 보고싶습니다.



'능소화(凌宵花, Chinese trumpet vine)'

중국원산의 갈입덩굴나무 입니다.

생명력이 강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잘자라는 줄기식물이지요.

옛날에는 엄격하게 양반집 정원에만 심었다고 해서 '양반꽃'이락 부르기도 했고

장원급제한 사람의 화관에 꽂는다고 해서 '어사화',

슬픈전설과 함께 해서 '구중궁궐화'라 불리우기도 했었답니다.

이 꽃에 얽힌 전설을 알고나면 이꽃이 더욱 각별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능소화의 전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빰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뿐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그 이후의 소화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어요.

 

소화가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 들였건만
그녀는 아마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였겠습니까?

그들의 시심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궁궐의 가장 깊은 곳까지 기거 하게된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 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에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 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였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 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고

'임금을 기다리겠노라'고

애닯픈 유언을 남긴채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이듬헤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 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 꽃이 능소화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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