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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水菊이 꽃을 피웁니다.

by 鄭山 2016. 6. 17.



뒷마당 한켠에서 수국(水菊)이 꽃을 피웁니다.

뒷마당의 수국이 꽃을 피우는 데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5년전인가요? 6년전인가요?

화분에 심겨저 탐스럽게 꽃을 피웠던 수국 화분 하나를  화원에서 사다가 앞마당 화단안에 들여 놓았습니다.

두어달 화려하게 꽃을 피워주더니 이내 꽃은 시들고 잎사귀만 무성하게 남았습니다.

화분채로 들여놓을 곳도 마땅치않아서 지금 자리인 뒷마당 화단안에 옮겨 심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매년 잎새만 무성하게 자랐다가 가을 이면 낙옆되어 시들곤 했습니다.

몇번이고 파서 없애버리려다 게을러서 그대로 놔두곤 했는데.... 금년들어 꽃을 피웁니다.

그러니까,땅으로 옮겨 심어 놓은지 5년만에 꽃을 피우고 있는 겁니다.

삽으로 파서 치워 버렸으면 크게 후회할뻔 했습니다.


그리고 또 희한란 것은, 5년전 화분에 심겨젔던 꽃은 푸른색꽃들이었던듯 싶은데

땅에 뿌리내리고 5년만에 꽃을 피우고 있는 이 녀석들은 분홍색깔을 띈 꽃들입니다.



수국(水菊),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꽃을 완성합니다.

수국의 탐스러운 겉모양만 보면 서양수입종같은데...중국, 한국, 일본등지에 분포해 있는 우리네 종(種)이랍니다.

한자이름은 '수구화(繡毬花)', '비단으로 수를 놓은 둥근 꽃'이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원래의 원산지는 중국이었다는데 일본사람들이 가져다 오늘의 원예품종을 만들어 놓았답니다.

그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어지는 거세를 당해서 씨를 맺을수없는 꽃이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수국과 비슷한 무리로 산에서 흔하게 맞나는 산수국과 울릉도등지에서 자라는 등수국도 있답니다.

얘들은 모두 생식기능을 가진 정상적인 나무들이라니

이 원예종 수국품종은 자연을 거스른 불구(不具)들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깔이 달리 핀답니다.

토양이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으로 피고,  산성토양이면 푸른색꽃이 핀답니다.

그리고 중성토양에서는 흰꽃이 핀다하구요.


그렇다면, 우리집 녀석들의 5년만의 개화 와 색깔변화가 대답이 되는듯 싶습니다.

6년전 화분식재상태로 들여온 우리집 수국, 색깔이 파랬었던듯 싶었다고 했지요?

그때 그 녀석은, 산성토양에서 키워지던 녀석이 화분에 식재되어 시장에 출하되었던 것이고

그것이 우리집으로 옮겨와 뒷마당에 식재된후 변화(적응)되는 아픔을 겪었던 모양이로군요.

그러니까, 우리집 뒷마당은 알칼리성 토양인 모양이고 

5년의 적응과 변화과정을 거쳐

이제야 분홍색꽃을 피워내게 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집 이 녀석들, 말을못해서 그랬지 고생많이하고(적응을 마치고) 이제 새롭게 태어난 놈들이 됩니다.

귀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놈들이겠습니다.

나의 이 가설(假說)이 맞았으면 좋겠고, 그 가설이 맞았다는 믿음속에 녀석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내년 이맘때면 역시 분홍색꽃을 피우겠구요.



수국의 꽃말도 색깔따라 다르근요.

흰색은 '변하기쉬운 마음'이고, 청색은 '냉담'이랍니다.

그리고, 분홍색은 '소녀의 마음'이구요.

듣기는 분홍색, '소녀의 마음'이 산뜻해 보이는데

그 '소녀의 마음' 또한 변하기쉽다는 의미에 기초해 있을터이니

우리집 수국, 청색 '냉담'에서 분홍색 '소녀의 마음'으로 꽃말이 바뀌었다고 좋아할일도 아니겠다 싶습니다.






'수국을 보며"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다발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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