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松栮齋송이재閑談

꼬꼬댁꽃

by 鄭山 2009. 6. 23.

 

 
 

 

집주변 이곳저곳에 피어 있습니다.

꽃이 시원 시원합니다.

원래의 꽃이름은 '접시꽃'이지요.

중국이 원산이라는데 꽃이 크고 무궁화를 닮아 친근감이 더 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사별한 부인을 그리는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詩)가 많이 애송되면서

많은이들에게 더욱 알려진 꽃이기도 하지요.  

 

이곳 사람들은 이 꽃을 '꼬꼬댁꽃' 이라고 부릅니다.

꽃잎을 따서 가운데를 벌려 코끝에 부치면 마치 닭벼슬 처럼 보인다고 해서

'꼬꼬댁꽃' 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꽃은 도시의 꽃이 아니고 시골의 꽃이라고들 합니다. 

꼬고댁꽃이라 부르며 친근해 하는 것을 보면

전부터 이곳 마을에도 심겨저 피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곳 띠앗마을 주변의 꼬꼬댁꽃들은 멀리서 데려온 녀석들 입니다.

우리가 옮겨 심었지요.

김포에서 살때,  풍무동 가로변 이곳 저곳에 이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지요..

몇번이고 씨가 여물었나 확인을 하면서 가을이 오기를 기다려 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서 이곳 주변에 심었지요.

여러해 내내 여름이 오면 이처럼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줍니다.

고맙지요.

 

 

 

 

그런데.... 빨간색이 제일 강한 모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분홍꽃도 있었고 흰꽃도 있었고 또다른 색갈꽃도 있었던 기억인데.... 

올해는 온통 빨간 녀석들이 덥고 있네요.

 

 

다른 색갈꽃을 찾으니 이녀석 분홍꽃이 유일한 다른 색입니다.

 

 

아직도 많은 녀석들이 꽃망울들을 송이, 송이 머금고 있으니 

이내 다른 색갈의 꽃들도  피워줄 것인지...기다려 집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혹시 주변에서 다른 색갈꽃들은  끝난 거라면 어쩌나...걱정도 됩니다.

.........................................................................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옮김니다.

 

                              '접시꽃 당신'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 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松栮齋송이재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합  (0) 2009.06.23
석류  (0) 2009.06.23
포도 기르기 연습  (0) 2009.06.23
호박꽃  (0) 2009.06.09
나리꽃  (0)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