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마당 한구석에 버려진듯 심겨진 개나리줄기에서 꽃이 피었습니다.
자리잡아 심겨진 개나리나무는 꽃망울들만 작게 맺혀들 있는데
마지못해 심겨진 이 녀석에서 꽃을 먼저 봄니다.
시골집 마당에서는 큰개불알꽃이 금년들어 처음 시선을 잡더니
이곳 '백루헌'의 개화 첫주자는 이 녀석, 개나리꽃이 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문제는 자리잡아 심어놓은 녀석이 아니고
버릴수없어 빈 자리에 그냥 꽃아둔 녀석인데
가지 몇개를 키우더니
이렇게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낮에 여의도에 들렸더니 윤중제에 개나리꽃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우리집에는 아직 개나리가 피지 않았는데
우리집 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여의도 윤중제에는 피어있다며 섭섭할번 했는데...
다행히 이 녀석이라도 꽃을 피워주어 좋습니다.
개나리꽃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종(鐘)'같이 생겼습니다.
가운데 추가 있어 흔들면 바로 '뎅그렁' 종소리가 울려 나올듯도 싶습니다.
그래서 서양사람들은 개나리를 가리켜 '골든벨 플라워(Golden Bell Flower)'라고 부른다지요.
그런데 왜 우리민족은 이 예쁜 봄꽃에 슬픈 전설을 엮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네개의 꽃술을 추위와 배고품에 서로 얼싸안고 죽은 한 가족이라 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옛날 어느 고을에 찌그러진 오두막이 한채 있었답니다.
그 오두막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할머니와 세 어린 자매가 살았는데
할머니가 구걸해 오는 음식으로 겨우 연명을 했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몸저 눕자 어린 세자매 가운데 가장 큰 언니인 '개나리'가 구걸에 나섰다구요.
큰언니의 구걸은 시원치 않아서 모든 식구가 더 허기지며 살았는데
너무도 추웠던 어느 겨울날 밤,
네 식구가 따뜻한 아궁이 앞에 모여 앉아 잠이 들었다는데
그만 영원히 깨어날수없는 잠나라로 떠나가고 말았다구요.
오두막은 불타고 봄이 오자
그 자리에 보지못했던 나무가 자라났는데 노란색꽃을 피웠답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개나리'라 불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