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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栮齋송이재閑談

추락(墜落) 꾀꼬리

by 鄭山 2013. 9. 1.

 

 

 

 

 

시골집 창밖에서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노란새 두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아가는 뒷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후, 이번에는, 창밖에서 작은 둔탁음이 들렸습니다.

다시 내다보니 꾀꼬리 한마리가 창밖 바닥에서 헐덕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조금전에 쫒기고 쫓기던 두마리 꾀꼬리 가운데 벽에 부딪혔던 한마리였던 모양입니다.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부딪혔던 이곳 창밖 아래까지 다시 돌아와서 내려앉아 있을까?

붙잡아서 새장에 넣어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굴뚝 같았으나  참기로 했습니다.

불야불야 카메라를 찾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녀석에게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습니다.

1m앞까지 접근을 해도 녀석, 눈을 깜박이며 부리를 위아래로 벌린채 헐덕이고만 있습니다.

 

 

집옆 높은 나무가지에 가끔 날아들어 예쁜 목소리로 예쁘게 노래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했었는데...

그 나무 가까운 곳에 이렇게 추락해 있는 것을 보니 가끔 찾아들던 그 녀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멀리 바라만 보던 녀석을 이렇게 가깝게 볼수있다니 참 좋았습니다.

힘들어하는 녀석, 불쌍하다는 생각은 잠시 잊은채 말인죠.

까만 색갈이 깃들여진 노란색 깃털, 눈부시도록 현란합니다.

그리고 붉은색 부리와 연결된 까만색 머리띠, 그 가운데 숨어서 감빡이는 까만 눈동자 ,

어디 예쁘지않은 새가 있겠냐마는 이 녀석은 너무도 예쁨니다. 

꾀꼬리를 이렇게 가깝게 보기는 처음입니다.

 

 

 

 

 

 

얼마만일까? 위아래로 부리를 벌린채 헐덕이고만 있더니 갑자기 벌린 부리를 닫습니다.

그리고, 몸채를 낮추더니 훌쩍 날아 오릅니다.

사진찍고 있느라 자세를 낮추고 있던 내 머리위로 훌쩍 날아 어디론가 날아가 벼렸습니다.

 

 

어디로 날아가 버린건가?

일어서서, 날아간 방향을 찾아 보았습니다.

5m 전방 덕대위에 올라가 앉아 있습니다.

포도나무를 키워볼까하고 철제파이프들을 엮어 만들어 놓았던 포도덕대위에 올라앉아 있는겁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가깝게 다가섰습니다.

여전히 헐덕이고 있습니다.

뒷모습을 가깝게 찍고  앞모습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부리를 연채 헐덕이던 녀석이 다시 부리를 닫았습니다.

부리를 닫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행동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했지요?

조금전, 덕대위로 날아 오를때도 부리를 닫았습니다.

바쁘게 뒤로 돌아가서 녀석의 다음행동을 기다리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부리를 닫은채 이곳저것을 살핌니다.

날아갈 곳 방향을 찾는듯 머리를 좌우로 돌리더니 오른쪽으로 몇걸음 옮깁니다.

 

 

 

이어서...방향을 틀고 뒤로 날아 오르더니 키 높은 나무 속 가지위에 앉습니다.

가끔 놀러와서 노래하던 그 나무 그 자리 입니다.

이제 정신을 차린 것입니다.

살아서 제 자리로 돌아간 것이지요.

잘 살아라.....

 

 

녀석이 되돌아간 그 키큰 나무는 '마로니에' 나무 입니다.

대학시절, 교정에 높게 심겨저있어 그 그늘속이 무척 좋았던 추억의 나무지요.

그 나무가 그리워서 묘목을 사다 심어 놓았었는데

10년세월이 지나니 키가 훌쩍 높아저 있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 여름이면 집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날아올라 가지위에 앉아있는 녀석을 올려다보니 연민의 정이 느껴집니다.

떨어저 헐덕이던 녀석을 붙잡아 새장에 넣어 키우면 좋겠다던 생각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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