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띠앗마을'에 보내놓았던 '산호'녀석이 목줄이 풀려서 탈출을 했다는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윗동내 어느집의 닭을 물었는데 꼬리털만 뽑아놓고 날렸다고 하고
앞산을 넘어가서 그곳 동네의 개있는 집이면 모두 들리면서 돌아 다니고
잡으려 하면 내빼고 내빼면 또 따라 가면서 산을 넘기를 세차레나 했다는데
자꾸 도망만 가고 도저히 잡을수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햄조각을 주면서 꼬시고 꼬셔서 날이 어두워서야 겨우 집앞에 데려다 놓는데까지는 일단 성공을 했는데
잡을수가 없어 그대로 두었더니 마당에서 잠만 자고 날이 밝자 또 사라저 버렷다는 얘기였습니다.
도저히 잡을수가 없으니 와서 어떻게든 해보는게 좋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산호'를 묶어 놓은 곳이 담장없는시골 마당이다 보니
목줄이 풀리면 온천지가 제세상이 되는 셈이지요.
산과 동네를 헤메고 다닌다는 놈을 무슨 수로 잡아 들일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루'를 데려가면 혹시 녀석이 돌아올까...별궁리를 다 해보았습니다.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에 친지댁 결혼식이 있어서 다음주말 께나 내려가려 했었는데
'산호'녀석 때문에 일정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친지댁에 양해를 구하고 아침 일찍 '백루헌'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계속 어찌되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골집에 도착하는 길로 녀석이 잘 갔다는 앞산 너머 동네로 갔습니다.
산길을 넘어서는데 멀리서 하얀 개 한마리가 길가에서 우리 차를 처다 보더니 이내 사라젔습니다.
우리 '산호'일까 했는데 비쩍 마른 것이 '산호' 같지가 않았습니다.
산너머 동네 이집 저집을 둘러 보았지만 녀석을 찿을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찿아 보자며 돌아오다가 앞서 그 개라도 한번 확인해 보고자 했습니다.
녀석이 사라젔던 길가에 차를 멈추고 '산호야','산호야'
산을 향해 녀석을 불러 보았습니다.
길따라 앞쪽으로 한참 걸어가며 '산호'를 부르던 집사람이
"'산호' 저기 있다."고 산쪽을 가리키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녀석이 산중턱에 서서 자기를 부르는 집사람을 빤히 처다보고 있는게 아닙니까?
좀전에 비쩍 말라 보여서 '산호'가 아니겠거니했던 개가 바로 '산호'였습니다.
'산호'를 부르면서 산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그 자리에 붙밖인듯 서서 아랫쪽만 내려다 봅니다.
녀석이 서있는 자리 앞 20m지점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혹시 가까이 접근했다가 도망을 처버리면 어찌하나 마음이 급했기 때문입니다.
몸을 낯추고 "산호야,이리와, 이리와" 두손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빤히 처다만 보던 녀석이 갑자기 뒷다리를 굽힙니다.
튈려고 그러는가? 잠시 긴장을 했는데...
녀석이 자세를 낮추고는 뒷다리를 끌면서 낙옆을 헤치고 기어 내려오는게 아닙니까?
내 앞에까지 오더니 납작 엎드립니다.
얼마나 고맙고 이뻣는지요.
번쩍 안아 올려 차 뒷자석에 실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잡혀줄 녀석이 왜 그렇게 여러사람 고생시켰는가 싶고
나를 불러 올리느라 그렇게 도망을 다녔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제집 제자리에 다시 묶었습니다.
물을 벌컥이고 먹이를 조금 먹더니 이내 돌아서서 발랑 뒤집어지며 애교를 부립니다.
전에 안하던 짓입니다.
전에는 앞발을 들고 매달리던 녀석이었습니다.
집나가 고생을 해보니까 주인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발앞에 자세를 낮추는가 봅니다.
그동안 한달 가까이 밥을주던 이에게는 잡혀주지도 않고 도망만 다니며 애를 먹이던 놈이
오랜만에 만난 내게는 슬슬 낮게 기어와서 업드립니다.
'진도개는 첫주인만을 섬긴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집나가 3일동안 산과 들판을 헤메다보니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추운 겨울날 목욕을 시켜줄수도 없고...
멀리 이곳까지 데려다 놓은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목줄을 2중으로 채워 놓았습니다.
원래 차고있던 쇠줄 목줄위에 목줄 하나를 더 걸었습니다.
많이 놀아주고 여러번 안아주고 돌아 왔습니다.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