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松栮齋송이재閑談

시멘트 송이버섯들

by 鄭山 2012. 7. 25.

 

 

 

시골집이 나즈막한 언덕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옆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있는데 옛 이름이 '송이재'였답니다.

지금은 개간이 되어서 밭으로 변해 있지만 전에는 그 언덕에서 부터 시작해서 소나무 밭이었고

그 소나무밭에 '송이버섯'이 많이 자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언덕길을 '송이재'라 불렀고, 지금도 동네분들은 그 언덕길을 여전히 '송이재'라 부름니다.

 

언덕위의 시골집에 이름을  하나 지어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궁리를 하다가

길 이름 '송이재'를 그대로 원용해서 옥호도 '송이재'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추운 날 집수리를 하면서, 인부들이 가져다 불을 부처 손을 녹이고들 있던 '소 구유'를 황급히 뺏아다가

불을 끄고 거꾸로 세워 목판에 집이름을 조각해서 걸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석물(石物) 버섯들을 구해다가 앞에 세워 놓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서울에 나왔을때 몇군데 석물가게를 찾았더니...너무 비쌉니다.

시골에 가져다 놓았다가 고물장수라도 홀랑 집어가버리면 끝일 터인데...

그래서 만들어 세워 보기로 했습니다.

 

 

통나무 토막 큰놈 한개와 작은 놈 2개를 준비하고 통나무 세운후 크고 작은 소쿠리들을 그 위에 한개씩 거꾸로 얹었습니다.

백색 시멘트를 한포대 사다가 물을 섞어 회반죽을 걸죽하게 만들어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덕지덕지 발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자꾸만 흘러내려 않되겠다 포기하려다

통나무와 소쿠리에 양계용 철망을 두르고  여러번 가는 철사를 감고 묶고 둘러친 후에야

겨우 회반죽을 부착시킬수 있었습니다.

하루동안 말려서 자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10년전 일입니다.

맨땅에다 만들어 세워 놓았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나무도 제법 자라고 풀들도 엉키고 돌에도 이끼가 끼어 제법 고풍스럽습니다.

 

 

 

기왕에 시골집 이름을 '송이재'라 했으니 송이버섯 모형물들이 여러개 더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통나무에 소쿠리를 얹고 회반죽으로 덧칠한 '버섯'들외에 몇개 더 장식품 돌버섯들을 만들어 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통나무 버섯은 만드는 과정이 좀 번거러워서...이번에는 간단한 방법을 택해 보기로 했습니다.

크고 작은 프라스틱 바가지 3개와 크고 작은 프라스틱 화분 3개를 준비했습니다.

시멘트를 한포 사다가 모래와 물을 섞어(요즘에는 아예 시멘트와 모래가 배합된 시멘트 포대가 출하되지만 그 때는 따로 따로 였지요.)

반죽을 했습니다.

 

 

프라스틱 바가지와 화분을 거꾸로 놓고 그 안에 시멘트를 부었습니다.

시멘트가 굳어지자 프라스틱 화분들을 벗겨 냈습니다.

화분속에서 굳은 시멘트는 몸통이 되고 바가지속에서 굳은 시멘트는 버섯갓이 되었습니다.

 

 

 

                                    큰 덩어리를 가운데로 하고 작은 녀석 둘을 그 앞으로 세워 놓으니 버섯들의 조합이 되었습니다.

표면이 너무 반들반들한게 험이지만 그런대로 좋습니다.

페인트칠을 해 놓을까 하다가 그대로 놓고 세월이 지나니 이끼도 끼고 자연스럽습니다.

 

 

돈을 지불하고 사다가 놓았다면 간단할 것을 직접 만들어 놓느라 번거롭기는 했어도

그래도 내가 직접 만들어 놓았기때문인지 애착이 훨씬 깊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들다 보니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비록 아마추어냄새가 짙지만

그렇더라도 시골이다보니 잘 어울려주는듯도 싶구요.

직접 무엇인가 만든다는 것은 그 과정 또한 즐길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더군요.

 

 

 

 

 

 

 

'松栮齋송이재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이재, 8월의 꽃들  (0) 2012.08.17
깨진 항아리의 재활용  (0) 2012.07.25
돌(石)세우기 2  (0) 2012.07.25
7월의 꽃들(송이재)  (0) 2012.07.24
익어가는 열매들  (0)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