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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박새집에 무슨일이...

by 鄭山 2014. 5. 1.

 

 

 

안방 창너머로 몇해 전에 만들어 세워 놓았던 새 둥지가 있습니다.

새가 깃들기를 기대했다기보다 그저 소품으로 만들어 세워 놓았던 것이라 상자크기에 맞게 구멍도 크게 뚤어놓다보니

아무 녀석도 거들떠 보지를 않았습니다.

금년봄에는 창넘어 새들도 가깝게 보고싶기도 해서

작은 둥지하나를 새로 만들어 원래의 큰 둥지와 나란히 앞나무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큰 둥지의 큰 구멍은 나무를 덧대어 작게 만들어 주었구요.

아무 둥지나 마음에 드는 집 있으면 골라서 입주하라 했었지요.

지난 4월초순의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박새녀석들이 작은 집을 선택했는지 왕래가 잦습니다.

창너머로 녀석들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싶어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어 놓고 오는 대로 셧터를 눌렀습니다.

워낙 빠르게 오고 가는 통에 눌러놓고 나면  녀석들은 없고 빈집만 남아 웃기도 여러번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부리에 무엇인가를 물고 오가는듯 보입니다.

집을 짓노라 이끼나 풀을 물고 오는게 아니라 작은 벌레들을 물고 오는듯 싶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올때는 하얀 덩어리를 물고 나오구요

. 그러니까, 먹이를 물어 나르고 배설물을 내다 버리는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벌서 새끼들을 낳아 놓고 먹이를 나르고 배설물을 치운다는 얘기가 되는 데요.

 

 

 

 

사실은, 앞집 우체통에 박새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 실망을 했었습니다.

우리집 둥지에는 깃들지 않고 앞집 우체통을 선택했나보다 싶어 내심 실망을 했던 거지요.

그래서, 오고가는 박새들에 신경을 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우리집 둥지에 드나드는 녀석들을 발견하고 뒤늦게 반가워 했었지요.

그렇다면, 둥지만 만들어 주고 실망해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있던 사이에

벌써  집짓고 새끼 부화시키고 이제는 육추까지하고 있는 중이란 말이 되는데... 

어느정도 진전이 되었을까 궁금 했습니다.

둥지를 열어보고 싶었지만 녀석들이 놀랄까봐 참기로 했습니다.

여러날을 참다보니 궁금증만 깊어 갔습니다.

딱 한번만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한놈이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에 다시 오려먼 한참 걸리겠다 싶어 사다리를 놓고 올라섰습니다.

둥지문을 잠궈놓은 철사줄을 푸는데 안에서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끼들인가? 몇마리나 될까?

잔뜩 기대하고 앞문을 열었더니... 박새 한마리가 날개로 바닥을 후려치면서 배를 깔고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도망치지 않고 날개로 바닥을 치면서 계속 눈만 껌벅이며 버티고 있습니다.

황당하고 미안해서 얼른 문을 닫고 철사줄로 다시 고정을 해주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배를 깔고 엎드려있는 녀석만 보았지 배밑의 것은 아무것도 확인한게 없습니다.

알을 낳아 놓고  포란중인지?  새끼를 까놓고 보온해 주고 있는 중인지?

녀석이 배를 깔고 아무것도 보여준게 없다보니 확인한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배를 치켜올려 확인해 보는 것은 너무 녀석에게 가혹한듯 싶고...

불야불야 문을 닫고 철수를 했습니다.

알이나 새끼를 품고 저렇게 위험앞에 버티고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모셩애가 아닐가 싶습니다.

그런데, 문을 여닫고 나니 걱정이 됐습니다.

혹시 집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나 아닐까...

녀석들이 그후에도 계속 오고 갑니다.

한때의 위협따위는 녀석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듯 싶습니다.

다행입니다.

.

 

 

그리고 다시는 궁금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을 열어보는등 겁주는 일  더 이상 하지않을터이니 알아서들 하라고 하겠습니다.

그저 지어준 둥지 찾아와 주고 새끼키우고 살아준 것만도 고맙다고 하렵니다,

녀석들과 함께 할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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