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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광복절에 핀 홀로 무궁화

by 鄭山 2015. 8. 15.

 

 

앞마당 화단 한 곳에 무궁화꽃 한개가 홀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것도 광복70주년 아침에요.

거기에 더해 백의민족을 상징하듯 하얀색 꽃입니다.

 

 

무궁화꽃 한개가 꽃을 피운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이 무궁화나무는 밑둥채 잘러버렸던 나무였습니다.

그 옆쪽으로 가깝게 키작은 소나무가 한그루 자라고 있어서

가깝게 무궁화까지 자라면 서로 부딪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남기고 무궁화는 없애는게 좋겠다싶었고 

재작년엔가 믿둥채 베어버렸드랬습니다.

부리채 뽑기는 제법 등치가 있어서 뿌리 가깝게 톱질을 해버렸던 거지요.

....땅박에서 다시 작은 줄기들이 커올라오는가 싶었습니다만

워낙 작은 줄기들이어서 신경을 쓰지않았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꽃이 한개 달랑 피어있습니다.

오늘 아침이 어떤 날 아침입니까?

광복70주년이라고 뜻깊어 하는 날 아침이고

그날을 기려 죽었던 무궁화가 꽃을 피웠습니다.

그것도 백의민족을 상징이라도 하듯 하얀색 무궁화꽃 입니다.

(물론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이겠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꽃봉오리조차 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기념해야만 하는 특별한 날 아침에 맞추어

민족의 꽃, '무궁화'가 화단에 피어있으니 어찌 놀랍고 반갑지 않았겠습니까?

 

 

 

더욱이나, 죽으라고 버려두었던 나무가 소생해서 꽃까지 피워주니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비유가 도약이긴 하지만) 죽은줄 알았던 자식이 다시 살아 돌아온듯 반갑기도 했고 그동안의 무관심도 크게 미안했습니다.

더더욱 크게 미안했던 것은, 녀석을 포기하려했던 지난날의 실책이었습니다.

소나무도 소중하고 무궁화도 소중한데 무궁화를 포기하고 소나무만 살리려했던 겁니다. 

 

가깝게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땅바닥으로부터 네 가닥의 가는 줄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그 가운데 가장 크게 오른 놈이 꽃을 피웠습니다.

줄자를 펴서 키를 재어보니 82cm.

그리고, 더는 꽃봉오리가 없습니다.

피어있는 이 녀석이 유일한 꽃이고 더는 꽃을 피우지 않겠다는 겁니다.

'광복70주년 축하화'

 

 

이 무궁화나무, '광복70이'라 이름 부치고

소중하게 키우기로 헸습니다.

가을이 되면 조심스럽게 뿌리채 이식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소나무와 나란하게 작게 키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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