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로부터 '난(蘭)'화분 하나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오래전에는 난화분도 몇개 있었는데 이사다니며 모두 남에게 넘겨주고 없어서
새로 들어온 이 녀석이 몹씨 반가웠습니다.
식탁위에 올려놓고 감상을 하는데 며칠지나자 기대도 않던 꽃을 피웠습니다.
난초가 원래 꽃 피우기가 어렵다고들 했던가요?
집에 온지 며칠만에 꽃을 피우니 그 향기가 가까워 좋습니다.
그런데, 그 꽃이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은 '조화' 같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빚어놓은 옥색 꽃 같기만 합니다.
요즘은 기술들이 좋아서 '조화'여도 만저보기 전에는 그것이 '조화'인지 생화'인지 구분키도 어렵던데...
이 녀석의 꽃은 '조화'처럼 보여 손으로 만저보니 '생화'임이 틀림없습니다.
단아하고 정취있어 보이는 녀석이 향기 또한 좋습니다.
꽃이 피어 자태가 청초하다보니 그냥 '한란(寒蘭)이 꽃을 피웠다'라고 표현하려 했던게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듯 싶습니다.
이 녀석도 나름대로 품격있는 이름이 있을텐데... 그 이름 찾아 공부 좀 해봐야 되겠습니다.
'동양란'이면 무조건 '제주한란'이 연상되고 지금 꽃을 피웠으니 '한란(寒蘭)'이겠거니 했는데 ...
'한란(寒蘭)'이 아니라 '철골소심(鐵骨素心)'이라 부르는 '추란(秋蘭)'이랍니다.
8-9월에 꽃을 피운다는데... 우리집으로 거처를 옮겨온 이 녀석은 지금(11월하순) 꽃을 피웠으니
무조건 '한란(寒蘭)'의 종류에 속한 녀석이겠거니 했던게 잘못된 판단이었지요.
공부해보니 '추란(秋蘭)이 맞습니다.
잎이 강하고 단단해서 '철골(鐵骨)'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꽃이 백색으로 티없이 맑아 '소심(素心)'의 분류에 속한 답니다.
옛선인들이 동양란을 비유해 사용하던 '향문십리(香聞十里)'라는 표현은 이 소심의 향기가 십리밖까지 풍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구요?
어쩐지 향(香)이 무척 좋다 싶었습니다.
선비의 뒤축도 못따르는 녀석이 꽃피운 난초덕분에 난(蘭)공부 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