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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栮齋송이재閑談

자귀나무

by 鄭山 2009. 7. 8.

 

 

 

띠앗마을에는 '자귀나무'가 두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한 그루는 '춘양원' 앞마당가(윗사진)에 서있고 또 한 그루는 주차장입구 길가(아래사진)에 서있습니다.

나무답지않게 예쁜 꽃들을  붉게 얹고 있습니다.

 

지금은 7번국도로 이름이 바뀐 옛 영동고속도로 안인-옥계 구간을  달리다 보면

좌우편 도로가에 누가 심어 놓았는지 유난히도 이 자귀나무들이 많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이맘때즘 그 길은 빨갛게 물든 자귀나무 꽃들로 달리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 길을 오가며 자귀나무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띠앗마을'에도  그 자귀나무가 자라고 있어 좋습니다.

 

아직은 작고 빈약한 나무들 이기는 해도

지난 날들을 생각케하는 의미있는 녀석들입니다.

 

 

원래, 자귀나무 한그루가 춘양원 앞마당 지금 바로 그 자리에 우람하게 서있었습니다.

몇십년을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엄청 크고 믿음직스러웠던 녀석이었지요.

그런데 그만...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잘려나가고 말았습니다.

"쓰잘떼기도 없는 녀석이 크기만 버럭 커서 집안에 그늘만 만든다."는 것이 잘라버린 이유였답니다.

지켜보던 동네 주변분들의 의견이 모두 한결 같았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나무 한그루를 그만큼 키워내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없는 나무도 사다가 심는데 다 자란 그 큰 나무를 잘라 버리다니...

 

그런데, 자연의 신비는 '감동' 이었습니다.

뿌리채 잘라내 버렸다고 들었는데...

이듬해 봄, 그 자리에  새끼 한줄기가 실날처럼 자라 나오는게 아닙니까?

그리고 또 주차장 입구 저쪽 길가에도 또다른 한그루 새끼가 피어 오르는게 아닙니까?

죽어간 녀석이 가면서도 새끼를 두곳에 남겨 놓고 간 것이지요.

지나가는 자동차들에게 가지가 걸린다고 잘라 버린다는 것을 한사코 지켜냈습니다.

주변에 지주목을 둘러 자르지 말라는 경고판을 부쳐놓고

길가로 나오는 가지들은 아예 처음부터 잘라 내고 안쪽으로 향한 가지들만 살리면서

귀중한 보호수 키워내듯 조심스럽게 지켜 냈습니다.

10년가까운 날들을 보내면서 그래도 이만큼의 자귀나무로 성장을 했습니다.

물론, 잘려나간 원래의 자귀나무에 비하면 아직 크게 빈약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커준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동네사람들 모두가 '쓰잘떼기 없는 녀석'이라는 이 '자귀나무'를 그래도 이자리에 이렇게 심고 가꾸어준

전(前)주인(강릉향교의 꼿꼿하셨다는 선비)의 심성이  배어나오는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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