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8월3일(목요일) - 감나무 이야기
원래 그 자리에는 키가 큰 이팝나무가 서있엇습니다.
봄이면 눈송이처럼 하얗게 꽃을 피웠고 담너머 지나던 사람들이 그게 무슨 나무냐고 묻곤 했었지요.
지금의 집, '백루헌'을 지을때 준공공사용 나무로 심겨저 있었습니다.
작은 나무였을때는 그래도 좋았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위로 솟아오르는 가지들을 전정해주면서 크지말라고 다독였습니다.
봄이 오면 잘라낸 가지들에서 새순들이 무더기로 올라오면서 막무가내로 커졌습니다.
작은 마당에 한계를 느깔 정도로 너무 커져서 부담이되었드랬지요..
정원사가 톱으로 잘라내 버렸습니다.
휑하니 뚤렸습니다.
뚤리니 또 담너머가 훤해저서 집안이 너무 들여다보입니다.
이번에는 유실수를 심자며 감나무를 한개 심었습니다.
동네 화원에 부탁했더니 제법 많이 자란 감나무를 가져왔습니다.
작년 봄이었지요.
이게 무수히 많은 감꽃을 달더니 열매들을 매다는게 아닙니까?
제몸 착근도 여려울테고 몸살을 앓을 녀석인데.... 힘들지 말라고 꽃들과 열매들을 모두 따냈습니다.
어렵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몇안되는 잎들을 떨구고 앙상한 모습으로 겨울울 맞았습니다.
봄이 오자, 혹시 죽지는 않았을까 맘조리며 기다렸더니 가지 이곳저곳에 잎순이 삐죽이들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자리잡고 살아난 모양이라면서 고마워했지요.
잎들도 제법 살쪄보여 안심도 했습니다.
꽃이 두갠가 피었고 꽃 뒤쪽으로 열매가 매달려 커올랐습니다.
감나무는 심어서 3년은 돠어야 감이 영근다고 하지요.
그 3년이 되려면 내년이어야합니다.
오늘의 이 두개 감은, 녀석이, 내년을 위한 시험용 감으로 키워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주인님, 내년에는 이렇게 생긴 녀석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드릴테니 기다리십쇼!" 라는
녀석의 의사표시일까요?
큰 감, 대봉시를 심었으니, 달랑 두개 열린 감, 가을이오면 빨갛게, 크게, 탐스럽게 익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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