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입니다.
아침에 지금은 함께하고있지 못한 부모님을 생각하며 위령(慰靈)합동미사를 다녀왔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발행)책 가운데 '오늘의 묵상' 을 가슴으로 읽습니다.
옮겨 놓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다.
이 을미년 한 해동안 모든 가정에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축원한다.
명절이라지만 고기 한근 사 들고 들어갈수없는 가장에게도 좀 더 기쁜 소식이 있기를 기도한다.
지난가을 내내 연어떼가 개천어귀에 철썩거리더니 눈이 많이 내리고 보리밭은 더욱 푸르다.
나의 탯줄이 묻힌 땅 어머니를 찾아간다.
뿌리를 찾아가는 내 걸음에 차가 밀려고 도로가 막힌다고 야단한들 무슨 상관이랴.
하늘이 막히지않은 한 , 날아서라도 간다.
외가동네로 머슴살이 갔던 큰 아들은 세경을 짊어지고 와서 지게를 받쳐놓고 더 말라버린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공장으로 돈 벌러갔던 누이도 벌써 도착했고, 객지에 나갔던 작은 아들은 빈 손이라 못 온다더니 섣달그믐 한밤중에서야 사립문을 들어섰다.
희미한 등잔불아래 초라한 가방에서 버선과 고무신을 내어놓고 어머니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낀다.
'그래, 고생들 많았다. 몸 성히 돌아왔으니 더 바랄 것이 뭐 있겠어.'
설날 아침이다. 차례지내러 가자.
문중 어른들께 세배하고 친척들과 함께 여기저기 조상들의 산소를 순례한다.
하얀 두루마기 차림에 기러기떼처럼 외줄로 밭길을 걸어간다.
까만 교복의 까까머리, 꽃댕기 매고 색동 치마 저고리 차려입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까지 모두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찾아가는 착한 이들이다.
평화의 주님께서 축복의 한 해를 열어 주시리라.
명절이 참 좋구나!
창 너머 보이는 마른 나뭇가지를 오가며 까옥거리는 까치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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