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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樓軒백루헌閑談

文鳥의 참변, 그후

by 鄭山 2016. 10. 8.






거실창너머로 새장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원래는 백문조 한쌍을 넣어놓고 녀석들 노는 모습을 내다보며 지켜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밤, 몹쓸놈의 습격으로 한마리가 그만 낙조(落鳥)를 했습니다.

틈새가 조밀한 석쇠를 새장 주변으로 덧대서 나쁜놈들의 발톱습격을 막는 방어벽까지 이중으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신출귀몰한 놈인 모양입니다.

그 가는 틈새로 발톱공격을 당했는지 철창밖으로 깃털들이 떨어저 있었고  

피흘린채 한놈은 그만 낙조해 있고 한놈만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새로운 놈을 데려다 보충해 놓을가도 싶었지만 같은 불상사가 재현될까 싶어

아예 살아남은 한 놈을 조류원에 데려다 주고 새장을 비웠습니다.

왜? 새장을 집안에 들여 놓지 창밖에 내놓았느냐구요?

녀석들이 여간 지저분을 떨어야지요.

마루바닥에 온통 좁쌀들을 뿌려놓아 청소해주는게 장난이 아닙니다.



빈새장을 치워버릴까 하다가

새장창살밖으로 문조가 뿌려놓은 좁쌀 찌거기들을 좀 얻어 먹겠다고

결사적으로 매달려 안달하던 참새녀석들이 생각났습니다.

문조 먹일려고 주문해다 놓았던 좁쌀들도 아직 많이 남아있던 터라

자주 찾아와 매달리던 녀석들에게 남은 좁쌀들을 나눔해주기로 했습니다.

문을 위로 개방해 철사로 묶어놓고 밥그릇에 좁쌀들을 듬뿍 부어 놓았습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때로는 한마리, 때로는 두세마리가 찾아와 끼니를 떼우고 갑니다.

얼마나 경계심이 심한지 카메라만 들면 잽싸게 문으로 튀어나와 도망을 갑니다.

제놈들 생각해 먹이까지 놓아주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믿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영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눈만 마주치면 줄행낭입니다.

그렇더라도, 창너머 녀석들의 방문을 반깁니다.

간놈들은 아쉽고 불쌍치만 껄덕이며 매달리던 놈들은 복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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