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전통거리로 조성되어 있는 서울의 인사동길에 들어서면
차도와 인도를 구분키위해 설치해 놓은 경계석들이 놓여 있습니다.
길을 지나다 피곤한 사람들은 그 경계석에 잠시 앉아 쉬어 갈수도 있도록
평평하게 재단된 화강암 암석들입니다.
화단석으로 깍아 놓은 암석들도 있구요.
화단석에는 키작은 화초들이 심겨저 있지요.
그런데, 무심하게 지나치던 그 화강암 암석들 가운데 몇개에는 우리 글(한글)들이 음각이 되어 있더군요.
무슨 글들인가 가던 길 잠간 멈추고 들여다 보았더니 시(詩)도 있고 시조(詩調)도 새겨저 있습니다.
몇개만 옮겨 보겠습니다.
黃鳥歌(황조가)
琉璃王(유리왕, 고구려 제2대왕)
翩翩黃鳥(편편황조) 훨훨나는 꾀꼬리여
雌雄相依(자웅상의) 암수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염아지독) 나의 고독을 생각함이여!
誰基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영랑(金永郞 1903-1950)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시(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은 물결같이
내마음 고요히 고은 봄길위에 보드래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문전박대
해질무렵 남의 집을 두드리니
주인놈은 손을 휘저으며 나를 쫒는구나
두견새도 야박한 인심을 알았음인지
돌아가라고 숲에서 울며 나를 달래네
김병언(김삿갓)
훈민가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978)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나그네
박목월(朴木月 1916-1978)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녘놀
도로를 설계하신 분의 세심한 배려가 새삼 반갑더군요.
우리도 걷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걷는 길입니다.
외국인들이 그게 무었인가 싶어해도 우리글, 한글임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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