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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1)-사진이야기

빈집

by 鄭山 2013. 5. 3.

 

 

고운 자태의 할머니가 내내 혼자 사시던 집입니다.

아흔도 훨씬넘게 꼬창꼬창 혼자 사시다가 재작년 가을 넘어지시면서 척추를 다쳐 요양원으로 가시더니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오셔서 젯밥을 드시고 뒷산으로 옮겨 묻히신후 영면의 길을 가셨습니다. 

지난 한해 빈집으로 남겨저 있더니 이렇게 폐가가 되어 있군요.

그 말끔하던 마당을 쑥들이 자라고 가면서 저토록 헝크러 놓았더니만

또 새 쑥들이 해를 넘겨 다시 솟아 오릅니다.

 

 

사람의 체온을 느껴야  집도 반듯하게 서있는다고 했던가요?

사람떠난 빈집은 바로 헝크러지고 맙니다.

담장은 헐고 풀들이 무성합니다.

서울 산다는 두아들, 춘천산다는 딸,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할머니의 할아버지는 강릉향교의 향교장을 지내시다가 만장의 물결을 타고 오래전 세상을 뜨셨지요..

손수 쓰시고 새겨 못질해 걸어 놓으셨다는 기둥의 글씨들은 볼때마다 보는이를 숙연케 했습니다. 

꼿꼿한 선비가  먼저 세상을 하직하시면서 홀로 남겨진 지어미의  긴 혼자세월을 지켜달라 부탁했던듯 싶더니만

할머니마저 떠난 빈집을 여전히 저렇게 지키고 있습니다.

 

 

밤이면 마당에 불울 밝히던 전등도 그대로 입니다.

 

 

뒷간의 여닫이문, 닫힌채 그대로 입니다.

 

 

지팡이, 짠합니다.

 

 

할머니가 그래도 젊으셨을때 아끼며 신으셨을 법한 샌들.

한짝은 창문에 또다른 한짝은 뜰악에 놓여진채 오랜 세월을 지내온듯도 싶은데...

말년에 신으시던 신발들까지 한자리에 모아저  그자리에 저렇게 놓여져 있군요.

말년에 할머니를 고생시켰을듯 싶은 빗바랜 관장약통들도 가신 할머니를 연민케 합니다.

 

 

 

 

그나마 말벌들이 빈집을 지켜주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이 빈집을 지키며 숨을 고르고 있는듯 싶어 반갑고

그리고, 마당 건너편 언덕위의  한그루 소나무.

어쩌면  할머니가  매일 처다보시던 소나무일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라도 계속 독야청청 해주기를 바래보는 마음 입니다.

그건 아마도, 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 그토록 고고하셨던 자태 그대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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