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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1)-사진이야기

말못하는 짐승

by 鄭山 2021. 2. 23.

앞마당 화단에 새먹이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먹이대래야 항아리위에 먹이 그릇을 올려놓고 그 안에 개사료를 부어놓은 곳이지요.

식당 안에 앉아서 찾아오는 새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새들이 개사료를 잘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한두 번씩 보충해 줍니다.

언제부터인가 고양이란 놈도 와서 먹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하루에도 여러 번 와서 먹고 갑니다.

그래서, 고양이녀석이 3시세끼를 이곳에 와서 해결하고 간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고양이 녀석, 식당안에서 창 너머로 내다보면 도망가지 않는데 문만 열고 나가면 후다닥 도망을 갑니다. 

야생고양이인데도 눈치는 빤해서 유리창안에 있는 사람은 밖으로 못 나온다는 걸 아는 모양입니다.

 

커피를 한잔 끌여먹으러 식당 안에 들어서니 창밖에 고양이 놈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눈을 아래로 깔고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첬습니다.

앞발을 가지런히 한채 이쪽을 봅니다.

처다보는 표정이 어전지 애잔하다 싶었습니다.

녀석의 사진을 멀리서 찍었습니다.

"다 먹였으면 가면 되지 왜 그러고 앉아서 쳐다만 보고 있어?"

녀석에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혼자서 녀석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물그러미 한참을 쳐다보더니 슬그머니 내려서 갑니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검색해 보았더니 녀석 앞에 밥그릇이 없습니다.

그저 항아리만 있을 뿐 밥그릇은 보이지 않습니다.

녀석이 밥을 다 먹고 앉아있었던 게 아니고 먹으러 왔더니 밥그릇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새들이 떼로 날아와서 서로 먹이를 주어 먹다 보면 밥그릇이 밀려나서 밑으로 떨어지곤 하는데

아마도 밥그릇이 또 밑으로 떨어지고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고양이 녀석이 말은 못 해도 밥그릇이 없다고...

밥 좀 달라고 애원하는 눈초리로 그렇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항아리위에 올라앉아서 내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저처럼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지요?

 

말 못 하는 짐승의 표정이 그러했던듯...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나가서 개밥을 잔뜩 떠다 부어주었습니다.

이제는, 나를 무서워하지 말고 아는 체해주면 좋겠는데....

글쎄요? 아마도 한참 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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