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미들하고 놀았습니다.
비둘기들이랑 강아지들한테 물을 바꿔주고 사료를 보충해주러 뒷마당에 내려갔다가
날씨가 하도 뜨거워 나무그늘속 의자에 잠시 앉았습니다.
바닥에서 개미들이 사역을 합니다.
한참 끓는 대낮, 무더워도 너무 무덥다보니 사람들은 집안에서 에어콘과 선풍기를 끼고 사는데
녀석들은 뙤약볕도 상관이 없는 모양입니다.
개미 세놈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번데기를 하나 물고 당기며 열심히 지나갑니다.
열심히 일하는 녀석들을 보고있자니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퇴비용 음식물찌꺼기통을 여니 구더기들이 많습니다.
한마리 잡아다가 지나가는 놈앞에 놓아줍니다.
이놈 참 대단합니다.
제놈보다 몇배나 큰 구더기를 뒷거름치며 가볍게 끌고 갑니다.
다른 놈이 와서 함게 협력해 끌고가기를 내심 기다렸는데...
다른 놈은 와서 잠깐 물어보고는 이내 가버리고
이놈 혼자서 힘차게 끌고 갑니다.
이번에는 구더기 한마리를 다시 가져다 놈들의 집 근처에 놓아주었습니다.
삽시간에 여러마리가 대들어서 물고 당깁니다.
어느 한 놈이 발견한게 아니라 여러놈이 함께 발견해서 모두 같이 달겨든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하간 협력사역을 통해 가까운 제집 구멍까지 끌고 갑니다.
집안으로 끌어 들입니다.
입구가 협소하다보니 두마리만 남아서 끌고 들어가고 다른 놈들은 이내 흩어집니다.
다른 먹이감을 구하러 떠나는 모양입니다.
자기들깐에는 무슨 신호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어느 놈은 남고 어느 놈은 떠나고.
개미들 일하는 것을 무릎꿇고 앉아 카메라에 담으면서 혼자 빙긋 웃습니다.
초등학생시절, 커서 '파브르'같은 곤충학자가 되겠다며... 열심히 개미집을 들여다 보던 옛날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입니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오늘, 백발이 성성한채 같은 자세로 개미집을 들여다 보고있습니다.
어렸을때는 면학의 관찰이었을 테고 지금은 촬영연습입니다.
곤충학자는 못되었지만...
그 때의 그 꿈이 생물사랑의 마음으로 오늘 내곁에 이렇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며 또한번 빙긋 웃습니다.